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들어가 1년 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전세를 놓았다는 이유로, 이미 이사 나간 세입자에게 3천만 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게 됐습니다.
집주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건은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됩니다.
기존 세입자는 보증금 6억 6,000만 원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자 계약갱신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자신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갱신을 거절했습니다.
결국 세입자는 2022년 9월 집을 비웠습니다.
그리고 집주인이 실제로 입주했습니다.
여기까지는 특별히 이상할 게 없어 보입니다. 집주인이 실제로 들어가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주인이 소유한 또 다른 다가구주택에서 세입자 6명이 보증금 약 6억 9,000만 원을 반환해 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난감했을 겁니다.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당장 큰돈을 마련해야 하니까요.
결국 집주인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를 다시 전세로 내놓았습니다.
새로운 전세보증금은 8억 2,000만 원.
2024년 4월 새 세입자가 입주했습니다.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한 기간은 약 14개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이사 나간 세입자가 소송을 걸었다
전 세입자가 집주인의 재임대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이사 나간 지 1년이 넘었는데, 집주인이 다시 전세를 놓은 사실을 알아내고 결국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부동산 광고를 봤을까요? 어떻게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법에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돼 있습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당한 임차인은 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 부여일과 보증금·차임 등의 정보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소송이 시작됐습니다.
첫 번째 재판에서는 집주인이 이겼습니다.
1심 법원은 다른 주택의 보증금을 반환해야 했던 집주인의 사정을 받아들였습니다.
실제로 살다가 돈이 급하게 필요해진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그리고 2026년 9월 10일, 대법원도 항소심의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집주인은 결국 약 3,080만 원을 배상하게 됐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집주인이 놓친 법 조항
쉽게 말해, 집주인이 실제로 들어가 살았더라도 기존 세입자가 2년 더 살 수 있었던 기간 안에 다른 사람에게 전세를 놓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예외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돈이 급하게 필요했는데도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
집주인이 처음부터 더 높은 보증금을 받으려고 세입자를 내보낸 사건이라면 이해가 쉽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제로 입주해 살았습니다. 그리고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정도 있었고요.
그런데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은 엄격했습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다른 주택의 보증금 반환 문제를 갱신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아파트를 다시 임대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도 보지 않았습니다.
보증금을 반환할 돈이 필요했다는 것과, 그 아파트를 다시 전세 놓는 방법밖에 없었다는 것은 다르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집주인의 경제적 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법원이 요구한 정당한 사유의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겁니다.
손해배상액은 왜 3천만 원이 넘었을까?
기존 전세보증금은 6억 6,000만 원, 새 전세보증금은 8억 2,000만 원이었습니다.
차액이 1억 6,000만 원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별도의 손해배상 예정 합의가 없다면 다음 세 가지 금액 중 가장 큰 금액을 기준으로 배상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 기준 | 계산 방법 |
|---|---|
| ① 기존 임대료 기준 | 환산월차임의 3개월분 |
| ② 새 임대료와의 차액 | 환산월차임 차액의 24개월분 |
| ③ 실제 손해액 | 갱신거절로 임차인이 입은 손해 |
전세보증금도 월세로 환산해 계산합니다. 기본적인 계산 구조는 전세보증금 × 적용 환산율 ÷ 12개월입니다.
이렇게 기존 보증금과 새로운 보증금을 각각 월차임으로 환산해 손해배상액 산정에 반영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인정된 배상액은 약 3,080만 원입니다.
실제 이사비로 그만큼 지출하지 않았더라도 법에서 정한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이 인정될 수 있으며, 지연손해금도 별도로 붙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Q&A
Q.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하다가 집을 팔면 어떻게 되나요?
정상적인 매매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아닙니다. 법에서 직접 손해배상 대상으로 규정한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는 제3자 임대입니다.
다만 처음부터 실거주할 생각이 없었던 허위 갱신거절이라면 별도의 불법행위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산 매수인이 세입자를 내보낸 뒤 전세를 놓으면요?
매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해 자신의 실거주를 이유로 직접 갱신을 거절했다면, 매수인 역시 손해배상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거주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많이 억울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들어가 살았고,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다시 전세를 놓았으니까요.
요즘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자주 접합니다.
물론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집주인의 사정이 달라졌을 때조차 이렇게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임대차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집주인들에게 전세를 놓는 것 자체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건 아닐까요?
이번 판결을 보면서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관련 법령: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제6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