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일본도 금리를 올렸고요.
미국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이 기대했던 CLARITY Act도 상원 절차표결을 넘지 못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이런 뉴스 몇 개만 보고도 생각했을 겁니다.
이 정도면 코인시장 끝났나?
그런데 비트코인이 오릅니다.
8만 달러를 다시 넘었습니다.
뭐지?
금리가 오르면 코인 같은 위험자산에는 안 좋은 거 아니었나?
예전 같았으면 여기서 차트부터 켰을 겁니다.
금리 때문인가.
달러 때문인가.
이미 선반영됐나.
숏이 많이 쌓였나.
이번 상승이 진짜 추세 전환인가.
아마 또 미친 듯이 들여다봤을 겁니다.
그런데 금리가 올랐는데 왜 비트코인은 올랐을까?
보통 금리가 오르면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에는 부담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현금이나 채권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서도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돈을 빌리는 비용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리 상승은 주식이나 가상자산 같은 위험자산에 대체로 불리한 재료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 시장은 그렇게 한 가지 공식으로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예상됐던 악재라면 실제 발표 순간의 충격이 생각보다 작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채권금리, 달러, 기관 자금, 파생상품 포지션, 투자심리 같은 수많은 변수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그러니까
금리 인상 = 비트코인 하락
이라는 공식 하나만 가지고 다음 가격을 맞힐 수 있는 시장은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 지금 뉴스를 찾아봐도 설명은 많습니다.
금리 인상은 이미 예상됐기 때문에 가격에 반영됐다는 얘기도 있고, 악재가 실제로 확인되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읽어보면 다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반대로 비트코인이 폭락했으면 뭐라고 했을까?
미국 금리 인상.
일본 금리 인상.
CLARITY Act 무산.
위험자산 회피.
떨어질 이유도 충분합니다.
오르면 오르는 이유가 있고
떨어지면 떨어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걸 보고 있으니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코인 선물로 대부분의 자산을 잃었습니다
처음부터 도박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제가 꽤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부하면 남들보다 조금은 먼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차트를 공부했습니다.
지지선, 저항선부터 시작해서 엘리어트 파동까지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그래도 안 되니까 경제뉴스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금리도 보고 물가도 보고 각종 경제지표 발표 시간도 챙겼습니다.
그런데 계속 틀렸습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직 부족한가 보다.
그래서 더 공부했습니다.
또 틀렸습니다.
그러면 또 공부했습니다.
잠을 안 자면서 차트를 본 날도 많았습니다.
아니,
잠을 안 잔 게 아니라 못 잤다는 표현이 더 맞습니다.
포지션을 들고 있으니 잠이 안 옵니다.
겨우 잠들었다가도 중간에 깨면 휴대폰부터 봤습니다.
가격이 어디까지 갔는지.
청산가는 괜찮은지.
확인하고 다시 자고, 또 깨서 확인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정상적인 생활은 아니었습니다.
오를 때도 벌고 떨어질 때도 번다?
선물은 상승과 하락 양쪽에 베팅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엄청난 장점인 줄 알았습니다.
오를 때도 벌고, 떨어질 때도 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한테는 오히려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
비트코인이 오릅니다.
그런데 못 삽니다.
이렇게 올랐는데 이제 떨어지는 거 아니야?
그런데 계속 올라갑니다.
결국 못 먹습니다.
이번에는 떨어집니다.
'역시 하락이었구나.'
숏을 잡습니다.
그런데 다시 올라갑니다.
손절합니다.
그리고 손절하고 나오면 또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내가 그만두면 얘가 나만 버리고 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들어갑니다.
저는 이 심리가 제일 무서웠습니다.
거래를 안 하고 있어도 거래를 안 하는 게 아닙니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롱을 잡았다가 숏을 잡았다가 하고 있습니다.
결국 세력 마음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금 와서 제가 내린 결론은 좀 허무합니다.
결국 세력 마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누군가 한 명이 비트코인 가격을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말 잘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꾸준히 돈을 버는 1%가 있을 수도 있고, 그 사람들은 제가 모르는 무언가를 정말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들의 실력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저 같은 사람입니다.
내리려면 내릴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올리려면 또 올릴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이유를 남들보다 먼저 알아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게 제일 큰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돈을 잃고 나서야 보인 게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선물에 빠져 있던 그 시간을 전부 없었던 일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돈은 잃었지만 그 시간 동안 정말 지겹도록 들여다본 게 하나 있습니다.
차트가 아니라
저 자신이었습니다.
나는 손실을 보면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인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왜 이미 잃은 돈을 자꾸 되찾아야 할 돈이라고 생각하는지.
왜 그만두면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같은지.
그리고 왜 계속 틀리면서도
'조금만 더 공부하면 나는 맞힐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지.
참 많이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있었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
궁금한 건 어떻게든 알아내려는 성격.
그런데 선물시장에서는 그게 꼭 장점으로만 작용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파고드는 게 집착이 되기도 했고, 포기하지 않는 게 손절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공부하면 된다는 믿음이 어느 순간 자만이 되기도 했습니다.
돈을 잃고 나서야 그런 제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것.
돈 앞에서 생각보다 쉽게 흔들린다는 것.
내 판단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
그런 제 미약함을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걸 하나씩 인정하고 고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가는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굳이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알아가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큰돈은 물론이고 소액이라도 말입니다.
'소액으로 한번 해보지 뭐.'
저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그 소액이 얼마나 쉽게 다음 돈으로 이어지고, 잃은 돈이 생기는 순간부터는 투자가 아니라 '본전 찾기'가 될 수 있는지도 경험했습니다.
사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
청산 이후 저는 코인 뉴스를 의도적으로 피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얼마가 됐다는 기사도 보기 싫었고, 차트도 웬만하면 보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없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코인이라는 단어만 봐도 잃었던 돈이 생각나고, 잠도 못 자면서 차트를 보던 시간이 생각났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 생각을 다시 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안 보고 살려고 했습니다.
외면하고,
감추고,
없었던 일처럼 지내면 조금 편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제는 한번 제대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나는 선물로 많은 돈을 잃었다.
잘못된 판단도 많이 했고, 잠도 못 자며 매달렸고,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약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이제는 그 사실을 굳이 숨기거나 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돈은 이미 잃었습니다.
그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제 마음은 아직 정산이 안 됐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오늘 이 글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하지 말라고 쓰는 글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한테 더 필요한 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외면했던 시간을 한번 꺼내보고,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인정하고,
제 상황과 마음도 이제 정산하고,
앞으로 가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이 글은 특정 가상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시장을 경험하며 느낀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