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에서 분양 현장을 운영하며 가장 먼저 체감한 변화는 ‘계약 감소’가 아니라 ‘사람이 집을 보러 오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전화 문의부터 현장 방문까지 예전보다 확실히 조용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가격이나 분양 조건처럼 우리 현장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물량은 분양만 고집하지 않고 전세로 전환했습니다. 그런데 전세로 돌린 뒤에도 문의가 기대만큼 늘지 않았습니다.
정말 한 현장만의 문제일까요? 최근 발표된 제주 부동산 지표를 하나씩 확인해 보니, 현장에서 느낀 변화가 숫자에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먼저 보는 핵심 숫자
- 제주 분양전망지수: 100.0 → 75.0
- 제주 미분양 주택: 3,303호
- 준공 후 미분양: 2,364호(전체의 71.6%)
- 2026년 7월 주택 매매: 519건
제주 분양전망지수, 한 달 만에 100에서 75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제주 아파트 분양전망지수입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제주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75.0입니다. 8월 100.0에서 한 달 만에 25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93.2에서 86.3으로 내려갔습니다. 제주 하락 폭은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컸습니다.
주의할 점: 지수가 100에서 75가 됐다고 집값이 25% 떨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분양사업자들이 앞으로의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심리지표입니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뜻입니다. 특히 한 달 만에 25포인트가 빠졌다는 것은 분양 현장의 분위기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제주 미분양 3,303호보다 더 눈에 띄는 숫자
2026년 7월 말 기준 제주 미분양 주택은 3,303호입니다.
6월 2,909호에서 한 달 만에 394호, 비율로는 13.5% 증가했습니다. 관련 통계가 제시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전체 미분양보다 더 주의 깊게 볼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제주 준공 후 미분양
2,364호
전체 미분양의 71.6%
공사 중인 아파트가 아직 팔리지 않은 정도가 아닙니다. 집을 모두 지어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한 물량이 미분양의 10채 중 7채를 넘는다는 뜻입니다.
할인해도 계약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시장
제주도는 할인분양, 잔금 유예, 가전제품 제공 등 사업자 혜택에 취득세와 중개수수료 지원을 결합한 주택시장 상생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 초기 두 달 동안 참여한 미분양 935호 가운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물량은 10호에 그쳤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가격을 조금 낮추거나 혜택을 더한다고 곧바로 계약이 이뤄지는 시장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매수자는 할인 폭뿐 아니라 앞으로의 집값, 대출 한도, 월 상환액까지 함께 따지고 있습니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사라진 걸까?
현장에서 손님들과 대화해 보면 수요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질문의 순서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전에는
“분양가가 얼마예요?”
“어느 동이 좋아요?”
“옵션은 뭐가 들어가나요?”
요즘은
“대출 얼마나 나와요?”
집이 마음에 들어도 자금이 준비되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좋은 집인가’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집인가’를 먼저 확인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주담대보다 연체가 훨씬 빠르게 늘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22년 말 약 644조원에서 2026년 6월 약 779조원으로 약 21%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주담대 연체채권은 1조원에서 2조2천억원으로 120% 증가했습니다.
대출 잔액도 늘었지만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훨씬 빠르게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2026년 7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31.9%로 1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당장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차주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만큼 대출받아도 괜찮을까?”
라는 고민이 먼저인 시장입니다.
제주에서는 매매와 전월세 거래도 줄었습니다
2026년 7월 제주 주택 매매거래는 519건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4.2% 감소했습니다.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하면 18.3% 적습니다.
전월세 거래는 2,403건으로 전월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1.2% 감소했습니다.
이 숫자를 보니 현장에서 겪은 상황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분양 문의가 줄어 전세로 돌렸는데,
전세 문의도 많지 않다.”
한 현장의 경험만으로 제주 전체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매매와 전월세 거래가 함께 줄었다는 통계를 보면 우리 현장만 유독 조용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분양가를 쉽게 내리기도 어렵습니다
집이 팔리지 않으면 가격을 낮추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2026년 9월 전국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08.8로 상승했습니다. 건설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91.0에서 105.9로 크게 올랐습니다.
지금의 시장을 쉽게 표현하면
사는 사람은 망설이고,
미분양은 쌓이는데,
집을 짓는 비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분양사업자는 가격을 낮추기 어렵고, 매수자는 높은 분양가와 대출 부담 때문에 선뜻 결정하지 못합니다. 양쪽 모두 답답한 시장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제주 집을 사면 안 될까?
‘미분양이 많으니 제주 집은 사면 안 된다’고 단순하게 결론 내릴 문제는 아닙니다.
제주 안에서도 제주시와 서귀포시, 동 지역과 읍면 지역의 상황이 다릅니다. 같은 지역에서도 입지, 분양가격, 준공 여부, 할인 조건, 대출 가능금액에 따라 경쟁력은 크게 달라집니다.
오히려 매수자에게는 시장이 뜨거울 때보다 선택지가 많아지고 가격이나 조건을 협의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주니까 결국 오르겠지”라는 기대만으로 접근하기에는 확인해야 할 것이 많아졌습니다.
매수 전 반드시 확인할 항목
- 최근 실거래가와 주변 입주 물량
- 준공 여부와 미분양 발생 원인
- 실제 가능한 대출금액과 월 상환액
- 할인분양 조건과 기존 계약자와의 차이
- 실거주 가치와 장기 보유 가능성
현장에서 느낀 변화가 숫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분양 문의가 눈에 띄게 줄면서 계속 궁금했습니다. 우리 현장만 이런 것인지, 제주 시장 전체의 변화인지 말입니다.
자료를 확인해 보니 제주 분양전망지수는 100에서 75로 떨어졌고, 미분양은 3,303호까지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2,364호입니다. 매매거래와 전월세 거래도 전년보다 감소했습니다.
하나의 숫자만으로 제주 부동산시장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지표가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사도 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아닐까요?
앞으로 제주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누구도 정확히 맞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막연한 전망보다는 실제 거래량, 미분양, 대출 여건과 현장의 변화를 계속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다음에도 숫자로 나타나는 변화가 있다면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통계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시장 분석이며, 특정 부동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실제 의사결정 전에는 개별 물건의 권리관계, 자금계획, 세금과 대출 조건을 별도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