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신사옥 철회 논란, 개발 호재 믿고 분양받았는데 계획이 바뀌면 계약 취소될까?

 

755억원을 들여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신사옥을 짓겠다던 JYP엔터테인먼트가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문제는 신사옥 부지가 아니라 도로 건너편 땅이었다.

2023년 JYP가 토지를 매입할 당시 맞은편 약 1만3,261㎡ 부지는 근린공원으로 계획돼 있었다. JYP는 공원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건물 내부를 개방하고 중앙에 넓은 중정을 배치하는 신사옥을 설계했다.

그런데 이후 공원 예정지가 업무시설 등을 지을 수 있는 자족시설용지로 변경됐다. 용적률 400%를 고려하면 18~19층 규모의 건물도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JYP는 사옥 내부가 외부에 노출돼 아티스트의 사생활 보호와 보안에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2026년 4월 용도변경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뒤 관계기관과 협의했지만 해결되지 않아 사업을 철회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용도변경이 이미 2025년 10월 고시됐고, JYP가 그 이후 건축심의를 신청해 2026년 4월 건축허가까지 받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토지 공급 당시 주변 토지이용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도 안내됐다는 것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면서 생각난 건 오히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아파트 분양시장이다.

아파트를 분양할 때면 지하철역이 생긴다거나, 학교가 들어온다거나, 대형 공원이 조성된다는 이야기를 쉽게 듣는다. 지역주택조합 모집 현장에서도 주변 개발계획은 중요한 홍보 수단이다.

실제로 확정된 사업도 있지만 아직 검토 단계인 계획도 있다. 문제는 이런 차이가 홍보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경우다.

그 말을 믿고 계약했는데 정작 시설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문제로 법정까지 간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지하철역이 생긴다더니, 확정된 계획이 아니었다

대법원 2010년 7월 22일 선고 2007다59066 판결은 개발 호재를 이용한 분양광고의 책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 건설회사는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단지 맞은편에 경의선 복선전철화 사업과 관련한 역사가 신설될 예정이라고 광고했다.

하지만 당시 역사 신설은 확정된 사업이 아니었다.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구상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역사 설치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던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광고에 대해 허위·과장광고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분양 당시 확정되지 않은 계획을 소비자가 확정된 사업처럼 받아들이도록 광고했느냐가 핵심이었다.

따라서 분양 현장에서 '지하철역 신설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단순한 기대인지, 관계기관이 공식적으로 확정한 사업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모노레일이 들어오지 않았다면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센터의 오피스텔 분양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분양자는 모노레일 설치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부풀려 광고했고, 대법원은 2009년 8월 20일 선고 2008다19355 판결에서 허위·과장광고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모노레일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오피스텔 가치가 하락한 원인을 전부 모노레일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

부동산 가격은 경기 상황이나 금리, 주변 공급량, 임대수요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대법원은 모노레일이 설치되지 않은 것이 실제 부동산 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고려해 손해액을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광고가 잘못됐다는 사실과 그 광고 때문에 얼마의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공공기관이 판 땅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왔다

이번 JYP 사건과 비교해 볼 만한 판례도 있다. 대법원 2014년 5월 16일 선고 2011다5578 판결이다.

매수인은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주유소용지를 매입했다. 당시 주변에는 도로가 개설될 계획이 있었는데, 이후 당초 예정된 도로 개설이 보류되고 대체도로가 추진됐다.

매수인은 기대했던 조건이 달라졌다며 계약취소와 손해배상을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사건에서 매수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변 도로가 계획대로 개설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토지 공급자가 당연히 계약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처음부터 확정되지 않은 계획을 확실한 것처럼 광고한 경우와, 실제 존재했던 개발계획이 계약 이후 변경된 경우는 같지 않다.

또한 토지를 공급한 기관이 주변 개발계획의 실현까지 계약상 보장했는지도 중요하다.

사건 쟁점 대법원 판단
경의선 역사 신설 미확정 역 신설 광고 손해배상책임 인정
인천공항 모노레일 실현 가능성 과장 책임 인정, 손해액 별도 판단
공공택지 예정도로 계약 후 도로계획 변경 매수인의 청구 불인정

광고가 잘못됐다면 계약금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분양광고가 허위·과장으로 인정되면 계약을 취소하고 납입한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손해배상과 계약취소는 법적 요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분 핵심 판단 기준
손해배상 위법한 광고, 실제 손해, 인과관계
계약취소 사기·중요 부분의 착오 등 취소 요건
계약해제 채무불이행, 약정 해제사유 또는 엄격한 사정변경 요건 등

대법원은 분양광고 중에서도 건물의 구조나 재질, 부대시설처럼 분양자가 직접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항은 계약 내용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광고에 등장하는 모든 개발계획이 곧바로 계약상 약속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분양사가 단지 안에 직접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시설과, 지자체가 장래에 추진할 수도 있는 지하철역은 다르다.

지역주택조합도 마찬가지다. 토지확보율이나 인허가 진행 상황을 실제보다 부풀려 설명했다면 계약취소나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조합사업이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계획이 변경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조합원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JYP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JYP가 매입한 신사옥 부지는 약 1만675㎡, 계약금액은 약 755억원이다.

논란이 된 것은 매입한 토지 자체가 아니라 바로 앞 공원 예정지의 용도변경이다.

JYP가 향후 계약상 책임이나 손해배상을 주장한다면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토지 공급 당시의 계약조건이다.

공원 조성이 단순히 당시의 도시계획으로 안내됐던 것인지, 장래에도 공원으로 유지된다는 별도의 약속이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서울시가 주장하는 주변 토지이용계획 변경 가능성에 관한 조항도 살펴봐야 한다. 반대로 용도변경 과정에서 어떤 설명과 협의가 있었는지도 따져볼 부분이다.

서울시는 2025년 10월 용도변경이 고시됐다고 하고, JYP는 2026년 4월에야 그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고 주장한다. 고시 시점과 실제 인지 시점의 차이만으로 어느 한쪽의 책임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JYP의 거래는 일반적인 아파트 분양계약이 아니라 공공택지 공급계약이다. 앞서 살펴본 분양광고 판례를 그대로 적용해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SH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는지, JYP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JYP 신사옥 철회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과거 판례를 보면 개발계획이 바뀌었다는 사실보다 계약 당시 어떤 설명과 약속이 있었는지가 중요했다.

755억원짜리 토지 거래에서도 결국 따져봐야 할 것은 계약서에 무엇이 적혀 있느냐는 것이다.


참고 판례

  •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7다59066
  • 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8다19355
  •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1다5578
  • 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12

본 글은 공개된 보도와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JYP와 관계기관의 법적 책임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