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사망 시 임대차계약은 어떻게 될까? 보증금 반환·상속인·공탁 실무정리

 부동산 중개를 하다 보면 드물지만 계약했던 주택의 임대인이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임차인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건 보증금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문제를 처리하려고 보면 단순히 “자녀가 상속받으니까 자녀에게 보증금을 받으면 된다”로 끝나지 않습니다.

상속등기가 아직 안 됐을 수도 있고, 공동상속인이 여러 명일 수도 있습니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진행하고 있거나 아예 상속인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월세라면 당장 다음 달 차임을 누구에게 지급해야 하는지도 문제가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인 Q&A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 임대인 사망 이후 임대차관계가 어떻게 이어지고, 상황별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1. 임대인이 사망한 순간 임대차계약은 없어질까?

없어지지 않습니다.

민법 제1005조에 따르면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를 승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즉 임대인이 사망하면 집만 상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 임대차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리와 의무도 함께 이어집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이미 보증금을 지급하고 거주하고 있었다면 임대인이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임대차계약이 자동 종료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6년 대법원에서도 임대인이 사망한 뒤 배우자와 자녀들이 공동상속인으로서 기존 임대차관계를 이어받아 임차인과 계약기간을 연장한 사건이 다뤄졌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 법원

그렇다면 새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할까?

임대인이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새 계약서를 다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확인할 것은 계약서를 새로 쓸지 여부가 아니라 누가 상속인이 되었는지입니다.

2. 상속등기가 아직 안 됐는데 누가 임대인일까?

등기부등본을 확인했는데 여전히 사망한 임대인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등기가 아직 안 바뀌었으니 상속인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상속에 따른 권리·의무의 승계와 부동산 등기명의 변경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대법원 판결에서도 사망한 임대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을 ‘상속 임대인’으로 표시해 기존 전세계약을 연장한 사건이 다뤄졌습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등기부에 이름이 바뀌었는지가 아니라 실제 상속인이 누구인지입니다.

3. 공동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집주인이 사망했고 배우자와 자녀 등 여러 명이 공동상속인이 됐다고 해보겠습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제가 장남이니까 앞으로 저하고 이야기하시면 됩니다”라고 했다고 해서 그 사람만을 유일한 임대인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확인해보세요.

“현재 확정된 공동상속인이 몇 분인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진행 중인 분이 있는지도 함께 알려주세요.”

특히 보증금 반환, 계약 변경, 새로운 계좌로 월세 지급처럼 돈과 관련된 처리는 상속관계를 확인한 뒤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4. 상속인이 기존 전세계약을 연장해도 될까?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꽤 흥미로운 최신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2026년 5월 대법원은 임대인이 사망한 뒤 공동상속인 전원이 기존 임차인과 전세계약을 2년 연장한 사건을 판단했습니다.

계약서에는 기존 임대인의 사망으로 배우자와 자녀들이 전세보증금 반환채무를 그대로 승계하고 계약기간을 연장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연장 자체보다 상속인들이 이런 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기존 임대차계약의 기간을 연장한 행위를 상속재산의 처분행위가 아니라 관리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차인 입장에서 기억할 부분은 간단합니다.

임대인이 사망했다고 기존 계약이 끊기는 것이 아니며, 상속인들과 기존 임대차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5. 월세인데 받을 사람이 확실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전세보다 월세에서 바로 문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임대인이 사망했다고 해도 다음 달 월세 지급일은 돌아옵니다.

그런데 자녀 중 한 명이 갑자기 자신의 계좌번호를 보내면서 앞으로 월세를 보내달라고 한다면 바로 변경하기보다는 월세를 받을 권한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물어보면 됩니다.

“기존 임대인 사망으로 계좌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속관계와 월세를 수령할 권한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부탁드립니다.”

확인이 되면 그에 따라 지급하면 됩니다.

문제는 상속인이 확정되지 않아 누구에게 지급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경우입니다.

이때 검토할 수 있는 것이 변제공탁입니다.

민법 제487조는 채권자가 변제를 받을 수 없거나, 변제자가 과실 없이 채권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 채권자를 위해 목적물을 공탁해 채무를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속관계 확인 → 지급 상대방 특정 → 특정할 수 없다면 변제공탁 요건 확인

즉, 받을 사람이 확실하지 않다고 해서 월세를 그냥 몇 달씩 미납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6. 자녀들이 모두 상속포기했다면?

우선 자녀가 모두 상속포기했다는 말만 듣고 “이제 상속인이 아무도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다음 순위의 상속인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먼저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① 상속포기가 실제 법원에서 처리됐는지
② 그 이후 상속인이 확정됐는지

계약 종료와 보증금 반환 시기가 가까워졌는데도 상속인이 계속 확정되지 않는다면 다음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7. 상속인이 끝내 확정되지 않으면?

이때 등장하는 것이 상속재산관리인입니다.

현재 HUG도 임대인이 사망해 보증금 회수를 위한 법률조치가 어려워진 일정한 전세피해자를 대상으로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6년 9월 30일 발표된 제10차 공고를 보면 임대인 사망 후 3개월이 지나도록 상속인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가 지원대상에 포함됩니다.

상속인 전원이 상속포기해 상속인이 부재한 경우도 포함되며, 상속재산관리인 선임 청구 대행과 최초 관리인 보수 예납금 등을 지원합니다.

다만 일반 전·월세 임차인이 모두 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자등 결정문 또는 HUG 피해확인서 소지자 등 공고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8. 임대인이 사망했는데 상속등기까지 안 됐다면 임차권등기는?

이 부분은 실제 보증금 반환 단계에서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려면 먼저 임대인의 상속인을 대신해 대위상속등기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시간도 들고 비용도 들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2023년 관련 절차를 개선했습니다.

현재는 임대인이 사망했더라도 대위상속등기를 먼저 하지 않고 임대인의 상속인을 상대방으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임차권등기를 할 수 있도록 절차가 개선돼 있습니다.

즉,

“집주인이 사망했고 아직 상속등기도 안 됐으니 임차권등기를 못 한다.”

이렇게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법원

9. 임차권등기 신청만 하면 바로 이사해도 될까?

아닙니다. 이 부분은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완료됐는지가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2025년 판결에서도 임차인이 주택의 점유를 먼저 상실했다면 기존 대항력이 소멸하고, 이후 임차권등기가 이뤄지더라도 과거의 대항력이 소급해 살아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순서를 기억해두세요.

임대차 종료
↓
보증금 미반환
↓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
임차권등기 완료 확인
↓
이사·전출

신청했다고 바로 전출하는 것과 등기가 완료된 뒤 전출하는 것은 다릅니다.

상황별로 한 번에 정리하면

현재 상황 먼저 확인할 것 다음 행동
임대인 사망, 계약기간 남음 상속인 기존 계약 유지
상속등기 미완료 실제 상속관계 등기명의만 보고 판단하지 않기
공동상속인 여러 명 공동상속인·상속포기 여부 계약·보증금 처리 상대방 확인
월세 계좌 변경 요청 월세 수령권한 확인 후 지급
월세 받을 사람 불명 채권자 특정 가능 여부 변제공탁 요건 검토
자녀들 상속포기 다음 순위 상속인 상속관계 계속 확인
상속인 장기간 미확정 상속관계·계약 종료일 상속재산관리인 절차 검토
계약 종료 + 보증금 미반환 대항력·우선변제권 임차권등기명령 검토
상속등기 전 임차권등기 필요 상속인 개선된 임차권등기 절차 확인
HUG 전세피해자 지원요건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지원 확인

임대인 사망 후 세입자가 확인할 순서

첫째, 계약서와 계약 만료일부터 확인합니다.

계약기간이 많이 남았는지, 곧 만료되는지에 따라 급한 정도가 달라집니다.

둘째, 상속인을 확인합니다.

연락해 온 가족에게 공동상속인과 상속포기·한정승인 진행 여부를 물어봅니다.

셋째, 돈을 보내거나 계약을 변경할 때는 상대방의 권한을 확인합니다.

특히 월세 입금계좌를 바꿔달라는 요청은 바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넷째,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상속절차만 기다리지 않습니다.

내 계약 종료와 보증금 반환 준비를 함께 진행합니다.

다섯째, 보증금을 못 받고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를 검토합니다.

임대인이 사망했고 상속등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임차권등기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섯째, 상속인이 장기간 확정되지 않는다면 상속재산관리인 절차까지 확인합니다.

전세피해자라면 현재 HUG 지원대상에 해당하는지도 함께 확인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망’보다 그다음 절차다

임대인이 사망했다고 전세·월세 계약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증금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어려워지는 부분은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상대방을 특정하는 과정입니다.

상속인이 바로 확정되면 비교적 단순합니다.

하지만 공동상속, 한정승인, 상속포기, 상속인 미확정이 겹치기 시작하면 월세 지급부터 계약 종료, 보증금 반환, 임차권등기까지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상속관계 확인
↓
계약 종료 준비
↓
보증금 반환
↓
필요시 임차권등기
↓
상속인 미확정 시 상속재산관리 절차

이 순서를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반대로 세입자가 사망하면?

임대인이 아니라 임차인이 사망한 경우도 있습니다.

보증금 1억원을 맡긴 세입자가 사망했다면 집주인은 그 돈을 누구에게 돌려줘야 할까요?

배우자에게 주면 될까요?
자녀에게 주면 될까요?
같이 살던 사실혼 배우자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단순한 상속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임차인이 사망했을 때의 임차권 승계 규정이 따로 있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 글에서 별도로 정리해보겠습니다.

※ 이 글은 2026년 10월 현재 민법·대법원 공개자료 및 HUG 공개자료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상속관계, 계약 상태, 대항력, 보증가입 여부 등에 따라 필요한 절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