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하자담보책임 어디까지? 실제 소송으로 본 매도인 책임과 하자 특약

 

부동산 매매가 끝난 뒤 하자가 발견되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몇 년 전 제가 공동중개했던 단독주택 매매 건이 있었습니다.

하자 문제로 시작해 결국 소송까지 이어졌던 사건인데, 얼마 전 긴 소송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결과가 나오고 나니 당시 계약부터 분쟁 과정까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계약도 정상적으로 체결됐고 잔금과 소유권이전까지 별문제 없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잔금 후 약 40일이 지나 매수인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리모델링을 위해 집을 뜯어보니 여러 가지 하자가 발견됐다는 겁니다.

당시 계약서에는 당사자 합의하에 이런 특약이 있었습니다.

“소유권이전 이후 3개월 이내에 한하여 매도자에게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할 수 있으며, 내부 리모델링 및 인테리어공사 시에는 하자담보책임을 주장할 수 없다.”

1999년에 사용승인을 받은 오래된 단독주택이었고, 매수인도 계약 전 주택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계약 당시 주택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사진도 첨부했습니다.

그런데 하자를 확인하러 갔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이미 리모델링이 진행되면서 내·외장재 상당 부분이 철거됐고, 수도관이 지나가는 바닥도 뜯어진 상태였습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뜯어보니 원래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닙니까?”

매도인 입장에서는

“이미 다 뜯어놨는데 원래부터 있던 하자인지 어떻게 압니까?”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건이 마무리된 김에 저도 다시 한번 하자담보책임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계약서에 하자책임을 3개월이나 6개월로 정하면 실제로 효력이 있을까?

매도인이 “나는 몰랐다”고 하면 끝일까?

알고 숨겼다면 그걸 매수인은 어떻게 증명할까?

리모델링으로 이미 다 뜯어버렸다면 누구 말이 맞는지 어떻게 판단할까?

관련 법과 판례까지 다시 찾아봤습니다.

1. ‘현 시설 상태로 매매’라고 쓰면 하자책임이 없어질까?

그렇지 않습니다.

‘현 시설 상태로 매매한다’는 특약도 의미는 있지만 이 문구 하나로 모든 하자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매도인이 알고 있던 하자를 말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현 시설 상태로 매매함.”

이라고 적는 것보다 알고 있는 하자가 있다면

“과거 안방 천장 누수 이력이 있으며 방수공사를 완료했음을 매수인에게 고지함.”

처럼 구체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2. ‘잔금 후 6개월까지만 책임진다’는 특약은 효력이 있을까?

원칙적으로 효력이 있습니다.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 하자담보책임의 기간이나 범위를 정하는 것 자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자주 혼동하는 것이 민법에도 등장하는 ‘6개월’입니다.

계약서의 6개월 = 당사자가 합의한 책임기간
민법의 6개월 =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부터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기간

서로 다른 의미입니다.

계약서의 ‘잔금 후 6개월’은 법에서 일률적으로 정해놓은 책임기간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서 합의한 특약입니다.

다만 매도인이 알고도 말하지 않은 하자까지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3. 매도인이 ‘나도 몰랐다’고 하면 책임이 없을까?

아닙니다.

매도인이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하자담보책임이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매매 당시 이미 그 하자가 있었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잔금 후 누수가 발견됐고 조사 결과 오래된 배관에서 이미 누수가 진행되고 있었다면 매도인이 “저도 살면서 몰랐습니다”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매수인이 계약 당시 이미 하자를 알고 있었거나 조금만 주의했으면 알 수 있었던 하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매도인이 알고도 말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증명할까?

매도인이 알고 있던 하자를 말하지 않았다면 면책특약이 있어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매도인이 “나는 몰랐습니다”라고 할 때입니다.

이 경우 매수인 측에서 매도인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과거 누수 수리내역이나 관리사무소 민원, 보험처리 기록, 수리업체 영수증, 문자나 통화녹음, 이웃의 진술 등이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오래된 누수 흔적이 있다는 것과 매도인이 그 누수를 알고 있었다는 것은 별개입니다.

오래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매도인이 알고 숨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5. 리모델링하면서 다 뜯어버린 뒤 하자를 발견했다면?

매수인에게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하자를 발견했다는 것과 그 하자가 주택을 넘겨받을 당시부터 존재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중개했던 사건에서도 매수인이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에는 이미 내·외장재 상당 부분이 철거됐고 바닥까지 뜯어진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매도인은 당연히 이렇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집을 넘겨줄 때부터 그랬다는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따라서 리모델링 과정에서 하자를 발견했다면 계속 철거하기 전에 사진과 영상을 남기고, 전문가를 통해 원인과 상태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매도인에게도 현장을 확인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고치면서 증거까지 없애버리면 안 됩니다.

6. 확인설명서에는 ‘누수 없음’인데 실제 누수가 나왔다면 중개사 책임일까?

누수가 발견됐다고 중개사가 자동으로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

벽 안쪽 배관의 미세누수처럼 일반적인 현장 확인만으로 알기 어려운 문제까지 공인중개사가 벽을 뜯어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눈에 보이는 누수 흔적이 있었거나 매도인에게 과거 누수 사실을 들었는데도 매수인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개사 역시 확인하지 못한 사실을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고 있는 사실과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은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7. 하자가 발견되면 ‘집 다시 가져가세요’가 가능할까?

하자가 있다고 무조건 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리하면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자와 집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중대한 하자는 다릅니다.

결국 하자의 정도와 수리 가능성, 그 하자로 인해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지 등을 따져봐야 합니다.

‘하자가 있다’와 ‘계약을 깰 수 있다’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8. 수리견적이 3,000만원이면 매도인이 전부 배상해야 할까?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하자를 고치는 데 필요한 비용인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누수 때문에 벽 일부와 배관만 수리하면 되는 상황인데 리모델링 과정에서 욕실 전체를 철거하고 타일과 설비까지 새것으로 교체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전체 공사비가 3,000만원이라고 해서 그 3,000만원 전부가 누수 때문에 발생한 손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제가 중개했던 사건에서도 매수인 측은 배관뿐 아니라 방수, 타일, 단열 등 여러 공사비용을 함께 주장했습니다.

결국 따져봐야 할 것은 견적서의 총금액이 아니라

“이 하자가 없었다면 들어가지 않았을 비용이 얼마인가?”

입니다.

제가 중개했던 사건은 어떻게 끝났을까?

처음 말씀드린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갔고 최종적으로 매도인이 승소했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저도 가지고 있던 자료를 다시 전부 찾아봤습니다.

계약 당시 사진부터 리모델링 전 사진, 철거가 진행되는 과정의 사진, 이후 현장 사진과 당시 주고받았던 내용까지 시기별·사건별로 정리해 매도인 측 변호사에게 전달했습니다.

나중에는 변호사에게 제가 정리해준 증거자료가 소송에 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저 역시 하나는 확실히 느꼈습니다.

하자분쟁이 시작되면 서로의 말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원래부터 있던 하자입니다.”

“집을 넘겨줄 때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게 결국 그 말을 뒷받침할 증거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매도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수인도 하자를 발견했다면 바로 철거해버리기보다 발견 당시 상태와 공사 전후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최대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자분쟁에서는 결국 말보다 증거가 오래 남습니다.

결국 하자분쟁에서 중요한 것

매도인은 알고 있는 하자와 수리이력을 숨기지 말고 계약서에 남기는 것.

매수인은 계약 당시 상태를 확인하고, 하자를 발견했다면 철거하기 전에 사진과 영상부터 남기는 것.

중개사는 ‘현 시설 상태’, ‘6개월까지 책임’ 같은 관행적인 문구에만 기대지 말고 실제로 확인하고 고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남기는 것.

소송까지 가면 서로의 말은 달라집니다.

“원래부터 그랬습니다.”
“나는 몰랐습니다.”
“계약할 때는 멀쩡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결국 그 말을 뒷받침할 자료입니다.

제가 이번 사건을 겪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도 그 부분이었습니다.

하자보다 무서운 건, 증거가 없는 겁니다.